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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1-18 18:55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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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브스 국장, 지난 12일 "역대 가장 안전한 선거" 성명
트럼프 "성명 매우 부정확…대규모 부정·사기 있어"

[워싱턴=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백악관 백신개발팀 '초고속 작전팀' 성과 설명 기자회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모습. 2020.11.14.
[서울=뉴시스] 신정원 남빛나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선거 사기' 주장을 반박했던 국토안보부(DHS) 고위 관계자를 전격 해임했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반시설보안국(CISA) 국장을 '트윗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2020 선거와 관련한 크레브스의 최근 성명은 매우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죽은 사람들의 투표, 참관인의 투표소 입장 불허, 트럼프의 표를 바이든의 표로 바꾼 투표 기계의 '작은 결함들(glitches)', 늦은 투표 등을 포함하는 엄청난 부정행위와 사기가 있었다"며 그의 주장이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크리스 크레브스는 CISA 국장에서 해고됐으며(terminated)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크레브스 국장을 비롯해 CISA와 미 선거관리위원회(EAC) 고위 관료들은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올해 대선을 "미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로 규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CNN 등 미 언론들은 크레브스 국장이 경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동행복권파워볼

크레브스 국장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선거 조작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고 기술적 결함도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크레브스 국장은 CISA 초대 국장으로,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각 주 및 지방 정부와 협력을 증진해 왔다. 그는 이번 선거를 감독한 연방 고위 관리 중 한 명이었으며 외국의 선거 개입을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후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비롯해 눈엣가시로 여겼던 인사들을 경질하고 자신의 측근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른바 '해고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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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까지 바이오 민간 투자 10조 규모 추정
관계부처 '바이오헬스 산업 사업화 촉진·기술 역량 강화 전략' 공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정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5.22/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정부가 지난해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을 선포한데 이어 바이오산업에 대한 민간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는 18일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사업화 촉진 및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헬스 분야 주요 기업들은 2023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으로 조사됐다. 특히 투자 규모는 의약품, 의료기기, 헬스케어 순이고, 헬스케어 분야는 규모는 작지만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략에는 Δ소재·부품·장비 자급화 등 의약품 생산역량 내실화 Δ의료기기 패키지 시장진출 Δ데이터 활용 확대·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확산 Δ지역 기반 고도화 등 성장 기반 강화 Δ바이오기술 융합 가속화 Δ핵심기술의 선제적 확보 Δ연구개발 기반 확충 등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적 기반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서 인천시 송도(바이오의약품), 강원도 원주(의료기기·헬스케어), 대구·충청북도 오송(바이오헬스 첨단 인프라) 등 지역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육성된다. 이 클러스터에서는 공용 생산시설, 판로 확대, 규제 자유 특구 연계 통한 (기술·제품) 실증기회 확대 등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의약품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유통구조 고도화, 가치사슬 단계별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추진된다. 이번 전략에는 의료기기·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및 시장 창출 전략도 포함됐다.

우수 바이오 공통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사업도 추진된다. 현재 도출된 유전자 편집 등 범용플랫폼 기술, 분석·공정 기술 등 연구를 지원하고, 향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공통 핵심기술 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인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출연연 협의체 중심의 타 분야 융합, 산·학·연 기술 공유를 늘린다. 또한 융합 연구에 필수적인 인재 양성 사업도 추진된다.

이외에도 연구·개발 고도화를 위해 Δ바이오기술 융합 및 적용 확대 Δ연구 데이터 통합관리 Δ연구자원 통합관리 Δ연구 사업화 생태계 조성 등이 추진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 내년 바이오헬스 연구개발에 올해보다 30%가 늘어난 1조7000억원이 투자되고, 범부처 협력 연구는 올해 2900억원 규모에서 내년 6400억원으로 늘어난다.

관계부처들은 "개별 기업의 투자 성공이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연결돼 또 다른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지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경제부총리, 산업부‧과기정통부‧복지부 장관 및 식약처장, 인천시장, 업계 관계자, 바이오전공 학생 등이 참석해 Δ인천시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도 투자 계획 및 비전 발표 Δ협력 양해각서(MOU) 교환 Δ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신규 공장‧연구센터 기공 발파식'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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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머니투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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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담당관실로 차출했던 부장검사를 근무 하루 만에 다시 일선으로 복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 지시에 반발하자 법무부는 이 부장검사를 법무부 감찰 업무에서 내쫓아 원래 소속 지검으로 돌려보냈다.

18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감찰관실에 파견 온 김용규 인천지검 형사1부장은 하루 만에 인천지검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은 지난 13일 추 장관이 최근 잇따라 내린 감찰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감찰관실에 파견됐다. 김 부장은 근무 첫날 대검에 직접 찾아가 윤 총장을 직접 조사를 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추 장관은 근무 하루 만에 김 부장검사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

한 검사는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파견복귀를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사가 파견 갔다가 바로 되돌아 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 했다.

이후 김 부장검사에 앞서 감찰관실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은 전날 오후 대검을 찾아 윤 총장 감찰 조사를 위한 면담을 요구했다가 대검의 반발로 되돌아갔다. 이들은 공문이 담긴 밀봉된 봉투를 들고 윤 총장에 대한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측은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며 검사들을 되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사들이 가져온 공문 봉투를 다시 법무부에 돌려줬다고 한다. 대검은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항의했으나 "금시초문"이란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류 감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그 밑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윤석열 직접 조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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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前장관 전경련 세미나

노동계 정치화로 영향력 비대
더이상 사회적약자 간주안돼
주 52시간 등 일방통행 아쉬워

ILO 협약 우리현실과 안맞아
그대로 강행땐 문제점 많을것


노무현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사진)가 현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강성 노조가 정치 세력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정책 균형성을 상실하고 길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김대환 전 장관은 "노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정치 세력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적 조합주의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며 "이제 노사관계는 역전돼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정부 시기인 2004~2006년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2013~2016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노동정책과 관련해 사회적 협의를 이끌었던 원로 노동 전문가다.

김 전 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방안 좌담회'에서 노조법 개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무제 등 현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정치적으로 접근해 혼란과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며 "경제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정책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노사 간 힘의 역학관계가 노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정책 균형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 존중'의 실체는 노동이나 노동자가 아닌 노조 존중인 것 같다"며 "정부는 노사 중립으로 법과 원칙에 엄정하고 노조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에 참여하는 사회적 조합주의 운동 기조 정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의 기업정책에도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기업에는 공정을, 노사관계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좌우 신발을 바꿔 신는 것과 같다"며 "기업 지배구조에 공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을 놓고는 "개정안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므로 정부의 법 개정 강행은 곤란하다"고 말했다.동행복권파워볼

김 전 장관은 "ILO 협약 87호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단결권을 보호하는 조항인데, 우리나라는 유럽 등 산별 노조 체제와 달리 기업별 노조 체제이므로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ILO 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했고 그대로 입법하는 것은 유럽과 사회·경제적 환경이 달라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충분히 논의한 뒤 입법하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번 행사 대담을 진행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과거 독일이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유럽의 병자에서 우등생으로 변모한 것과 같이 우리도 국가 미래를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용기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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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은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시를 썼다”며 “시의 운명이 허락하는 때까지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 등단 62년에 17번째 시집 출간 황동규 시인

여든 넘으니 눈·귀 어둑어둑

고통 속 썼기에 더 아름다워

늙음은 이길 수 없고 견디는 것

8층 계단 걸어 오른 어느 날

투덜대지 않고 흥얼거렸더니

그 하루가 ‘가장 젊은 날’ 돼

상상력 여전하지만 기력 줄어

황동규 시 힘 빠졌단 말 나오면

시 쓰는 것도 그날로 끝낼 것

[인터뷰 = 최현미 문화부장]

황동규(82) 시인이 열일곱 번째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문학과지성사)를 내놨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56년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로 시작하는 첫 시 ‘즐거운 편지’ 이후 64년, 1958년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등단한 지 62년 만이다. 숱한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을 이 만만찮은 시간 동안 3, 4년마다 꾸준히 시집을 내온 시인이 열여섯 번째 시집 ‘연옥의 봄’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기도 하다.

“마지막 시집이라고 쓰려다 만다. 앞으로도 시를 쓰겠지만 그 시들은 유고집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 삶의 마지막을 미리 알 수 없듯이 내 시의 운명에 대해서도 말을 삼가자./지난 몇 해는 마지막 시집을 쓴다면서 살았다.” 시집 첫머리에 놓인 ‘시인의 말’이다. 짧다면 짧은 시인의 말에 시인의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들어가 있다. 쇠락해가는 육체의 한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마음, 그 속에서도 격렬하게 시를 쓰고 있다는 근황, 하지만 그렇게 알 수 없는 나날 속에서도 현실적 자아와 다른 시적 자아는 갈 수 있는 한 열심히 아주 멀리까지 걸어가 보겠다는 낙관의 자세이다. 서정적이면서 예민하고, 담담하면서도 희망적인 시집을 들고 지난 6일 서울대로 시인을 만나러 갔다. 그는 언젠가 “과거의 나에게 문학은 험한 산지, 지금은 막막한 들판, 미래는 노을 한 자락이 묻은 저무는 바다”라고 했는데 험한 산지를 걸어온 그의 시는 막막하지 않다. 오히려 명랑해 경쾌한 스텝에 끌려가게 된다. 인터뷰는 여든, 만년의 시집이 어떻게 이렇게 경쾌할 수 있느냐에서 시작했다. ‘악조건 속에 썼기에 더 아름다운, 고통 속 삶의 찬가’라는 것이 시인의 답이었다.

―고통 속 삶의 찬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아름답다. 이번 시집은 가장 악조건 속에서 썼다. 이전 시집을 낼 때는 괜찮았는데 시력이 나빠졌다. 황반변성이라는 것이 낫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데 기껏해야 현상 유지다. 귀도 나빠졌고 여러 가지로 몸이 옛날 같지 않다. 하지만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늙는다는 건 일종의 아픔이고 위기인데 그걸 이겨낸 기록이다. 고통과 위기가 없는 삶보다, 그걸 이겨낸 삶이 더 깊고 가치 있다. 힘들어서 더 좋았다.”

그는 시집 제목이 된 시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8층까지 걸어가게 된 날의 시다. “보통 때 같으면 투덜투덜하며 올라갔을 텐데, 묘하게 2층 층계참 창으로 은행잎이 들어왔다. 그때 나뭇잎은 떨어지기 직전이 제일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나보다 약해 보이는 위층 친구가 인사하고 올라갔다. 그러는 바람에 좀 신나게 올라가자고 생각했다. 라벨의 볼레로가 떠올랐다. 층계를 올라갈 때마다 다른 발걸음으로 올라가 보자고. 나도 모르게 8층까지 올라갔다. 어떻게 보면 그날 하루가 내가 지금까지 산 모든 젊은 날 가운데 가장 젊은 날 중의 하나다. 시집에 실린 시들이 대부분 그렇다.” 시 ‘오늘 하루만이라도’는 이렇게 이어진다. “오늘 하루만이라도/내 집 8층까지 오르는 층계 일곱을/라벨의 ‘볼레로’가 악기 바꿔가며 반복을 춤추게 하듯/한 층은 활기차게 한 층은 살금살금, 한 층은 숨죽이고 한 층은 흥얼흥얼/발걸음 바꿔가며 올라가 보자.”

―경쾌하고 낙관적인 자세가 오랜 삶의 태도인가요, 아니면 나이 들어 알게 된 건가요.

“중년 이후, 오랜 삶의 태도다. 장애가 생기면 어떻게 이길까 생각하며 살았다. 피할 생각은 안 했다. 좋든 나쁘든 피해서는 안 된다. 아마 이런 태도가 지금까지 글을 쓰게 만든 이유, 싱싱한 서정시를 쓰게 한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시인은 요즘 ‘이길까’보다 ‘견딜까’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위기나 장애가 오면 이길 생각을 하지만 이기려 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시력·청력 같은 건 이길 수 없잖은가. 그러면 견뎌야지. 견뎌내는 것”이라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즐기면 삶이 밝아지고 삶의 근본적인 짐 가운데 많은 것이 덜어진다고 했다.

―국민연애시인 첫 시부터 베스트셀러 ‘삼남에 내리는 눈’, 죽음과 대면한 역작 ‘풍장’, 선생님께서 “배에서 뛰어내릴 때 한 권만 갖고 가라면 들고 가겠다”고 하셨던 ‘사는 기쁨’ 등이 있는데 이번 시집은 어떤가요.

“(비평가들이) ‘풍장’ 이후 시집 중에 ‘겨울밤 0시 5분’이나 ‘사는 기쁨’을 최고라고 하는데, 적어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겨울밤 0시 5분’ 때만 해도 늙는다는 생각을 안 했다. 체력 면에서 좀 달리지만 다른 면에서는 더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이 시집이 최고의 시집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최고의 시집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열심히 썼으니까. 지난 몇 년 동안은 마지막 시집을 쓴다는 생각으로 살았으니까. 그 전 시집과는 다른 면이 있을 거다.”

“코로나 속에도 ‘희한하게 좋은 순간’ 있어… 지구는 역시 살고픈 곳”

두물머리 드라이브 가고, 시멘트 뚫고 나온 꽃 보고 쓴 시… 결국 코로나 이기는 이야기

어떤 연은 알레그로, 어떤 연은 안단테… 작곡가 포기했지만 음악은 내 詩의 기틀

인생에서 가장 잘한 건 담배 끊은 것, 두번째로 잘한 건 술 끊으라는 말을 듣지 않은 것


황동규 시인은 “중년 이후 줄곧 장애가 생기면 피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이길까를 생각했다”며 “이런 태도가 지금까지 시를 쓰게 만든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김낙중 기자


예전보다 주량 줄었지만 혼술 할 땐 위스키·와인, 밖에선 소주… 그마저 끊었으면 무슨 맛으로 살아

―시를 쓰게 하는 힘으로 늘 호기심과 상상력을 꼽으셨는데, 여전하신지요.

“상상력은 지금도 변함없다. 내 안에 많은 것이 변하겠지만, 늘 새로워야 한다는 각오로 지냈다. 그런데 상상력도 내가 그것을 갖고 쓸 힘이, 시로 만들어낼 힘이 없어지면 의미가 없다. 앞으로 1, 2년은 버틸 거 같은데 그다음은 모르겠다. 단, 주변에서 ‘황 선생 시가 힘이 떨어진다’고 하면 그걸로 끝내는 거다. 일생 동안 해온 것을 망치고 갈 필요가 없다.” 이번 시집을 낸 이후에도 시 4편을 새로 써 출판사 3군데에 보냈다는 시인은 요즘도 자다가 깨 시가 떠오르면 컴퓨터를 켜고, 한 연쯤 만들어 놓는다. 그러고 나면 잠이 안 와서 고통스러운데 그는 이 또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세상일이 다 고통스러운 것인데 뭘”이라며 “80 넘어서까지 서정시를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서정시를 ‘극서정시’라고 명명하셨지요.

“30여 년 전부터 의식하기 시작했고, 20여 년 전 ‘극서정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의 좋은 시들,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서정주, 김영랑의 시들은 처음과 끝의 정황이 같다. 나는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겨서 변화를 일으키고 끝이 달라진다. 종교적으로 보면 ‘거듭남’이다. 거듭남을 통해서 전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그런 시를 쓰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잊고 산다.”

―시집에 쇼팽의 마주르카, 라벨의 볼레로, 베토벤의 소나타 같은 음악이 많이 등장한다. 시에서 족저근막염으로 발에 파스를 붙이고도 ‘마주르카!’를 외치는데.

“원래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고2 때 목표가 ‘뉴 베토벤’이었다. 그런데 내가 발성음치라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사실 글렌 굴드도 나보다 더 음치이고, 청력만 정확하면 되는 건데 그땐 몰랐다. 그 뒤로 음악은 줄곧 내 시의 기틀이었다. 어떤 연은 알레그로로 어떤 연은 안단테로. 음악적 흥취가 있어야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때 음대에 갔었다면 나중에 꽤 고민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더했다. “생각해보니 그 뒤로 내가 좋아하던 베토벤·브람스의 시대가 아니었다. 현대음악은 거의 인간 본성을 따라가는 음계를 무시한다. 굉장히 고민했을 거다. 그래도 뚫고 나갔을지, 좌절해서 길을 바꿨을지 그건 모를 일”이라고 했다. 뉴 베토벤을 꿈꿨던 그의 음악 취향은 긴 세월 속에서도 그대로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베토벤 소나타 32번. 40대 후반 클라우디오 아라우 연주로 처음 만난 후 줄곧 사랑했다. 그중에서도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명암이 불분명한 폴 루이스 연주를 좋아한다. 그는 “얽매이기 싫어서 한때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한번 바꿀까” 생각했지만 그의 결론은 이랬다. “이제 어떻게 바꿔. 이 세상 뜰 때까지 좋아해야지.” 그래서 이번 시집에도 베토벤 소나타 32번이 나온다. 시인은 소나타의 트릴 한 토막에 “창밖의 별들까지 떨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는 다시 돌아가 음악가에서 시인으로 운명을 바꾸던 그 시간으로 넘어갔다.

―시인의 삶을 택할 때, 아버님이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도 좋다’고 하셨다지요.

“사실 아버님과 어머님은 문리대에 가는 걸 아주 반대하셨다. 성적이 좋으니까 법대나 의대에 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법관이나 의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찾아가 못하겠다, 나는 문과 가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도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세상을 어떻게 후회 안 하고 사나. 살다 보면 후회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나는 아버님과 좀 다르게 생각했다. ‘후회하더라도 후회를 이길 수 있으면 해라’ 후회도 이해해야지. 아버님의 말씀이 많이 기억난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네 맘대로 해라’. 그런데 후회한 적은 없다.”

―‘풍장’(1982∼1995)을 쓰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버렸다고 했다. 이번 시집이 유고집일 것 같다는 생각은.

“75세의 건강으로 살 수만 있다면 120세까지도 살겠는데 이젠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마지막이라는 말이나 세상 뜨는 것에 대해 담담해졌다. 두렵지 않다. 가족들에게 이미 유언을 했다. 내가 쓰러지면 생명유지장치 하지 마라, 치매에 걸리면 집에 두지 말고 간병인이 있는 요양원에 보내라. 그렇다고 빨리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허락하는 만큼 살겠다. 그 허락의 기간이 짧더라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시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 억지로 계속해서 많이 쓸 생각은 없다. 시집은 최소한 4, 5년, 요즘 떨어지는 기력으론 5, 6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아마 쓰다가 유고집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허락하는 대로. 시의 운명에 맡기겠다. 분명한 건 ‘좋은 시를 쓴 날은 그 하루가 내가 가장 젊었던 날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또래 중에서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보통이 아닐까. 운동도 예전처럼 안 한다. 하루에 아령 비슷한 거 5분 정도 들고, 산책도 숨이 차서 많이 못 한다. 혼술 할 땐 위스키나 와인으로, 밖에서는 소주도 마시는데 술도 예전보다 줄었다. 시 쓰는 것만은 아직도 아주 열심히 한다.” 그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40대에 고혈압 때문에 담배를 끊은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것은 술 끊으라는 의사 말을 안 들은 것이라고 했다. “그마저 끊었으면 무슨 맛으로 살아. 그게 없으면.”

―코로나19 상황에 어떠신지.

“문학과지성사 모임, 사당동패 문인 모임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동안 못했다. 좋아하는 여행을 못 하는 게 제일 유감이다. 지방에 가서 후배도 만나고 해야 하는데. 이번 시집에도 코로나 때문에 갑갑한 마음을 담은 시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괴롭다, 슬프다고 쓰지 않았다. 코로나 속에서도 ‘희한하게 좋은 날’에 대해 썼다. 후배가 나를 데리고 두물머리로 드라이브를 간 날에 대해, 또 한번은 시멘트를 쑥 뚫고 나온 꽃에 대해 썼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지만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코로나에 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기는 이야기다. 괴롭다, 외롭다, 슬프다, 그런 거는 쓰고 싶지 않다.” 시인은 산책길에 시멘트를 뚫고 나온 꽃을 밟을 뻔했던 그날을 이렇게 풀어낸다. “어쩌다 지구 사람들 모두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서로서로 거리 두는 괴물들이 되더라도/아는 풀 모르는 풀이 함께 시멘트 터진 틈 비집고 나와/거리 두지 않고 꽃 피우는 지구는 역시 살고픈 곳!”

―시란 무엇인가요.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너무 쉽고 또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답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시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라 답할 자신이 없다. 그저 열심히 시를 썼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파워사다리

―모든 학문 가운데 가장 보답이 적은 게 문학이라 하셨는데 시인으로서의 삶은.

“나보다 훨씬 훌륭한 시인들, 김소월 같은 시인들은 그들의 길을 만들었다. 황동규는 내 길을 만들었다. 누구와 비교할 생각은 없다. 나는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시를 썼다.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썼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 됐다. 그 이상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다.”

그의 말에 겹쳐 시집에 수록된 ‘불빛 한점’이 떠오른다. “한창때 그대의 시는/그대의 앞길 밝혀주던 횃불이었어/어지러운 세상 속으로 없던 길 내고/그대를 가게 했지. 그대가 길이었어//60년이 바람처럼 오고 갔다./이제 그대의 눈 어둑어둑/도로 표지판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중략) 이제 그대의 시는 안개에 갇혀 출항 못 하는 조그만 배 선장실의 불빛이 되었군/그래도 어둠보다 낫다고 선장이 켜놓고 내린,/같이 발 묶인 그만그만한 배들을 내다보는 불빛/어느 배에선가 나도! 하고 불이 하나 켜진다. 반갑다./끄지 마시라.” 그의 횃불에서 이제는 겨우 어둠보다 조금 나은 불빛이 됐다지만 시인은 여전히 마지막 악장을 향해 경쾌하게 나간다. 바로 이렇게. “나팔꽃들아 부탁이다. 마음 덜 내키더라도/옛정 생각해서 한 곡 불어줄 거면/내 삶의 마지막 악장은 밝고 또 밝게다!” (‘나팔꽃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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